머리쓰기

2015. 5.14 - 6.13 

 

김소영,박미라, 서태경, 알프레드 23 하르트, 이순주, 이승민, 이안리, 이태원, 최서우

 

김소영

 

중첩 변신술

 

눈 두 개, 귀 한 쪽, 까만 머리카락을 덧붙여 머리쓰기.

이중 얼굴을 하고 새로 얻은 큰 눈으로 곁눈질도 이중이다.

 

 

 

 

 

 

박미라

 

두통

 

외부환경과 매일 싸우고 있는 나의 육체.

두통은 그 저항의 증거이다.

열이 나고, 머리를 콕 콕! 찌른다거나 하는 신체적 증상. 이런 신체적 증상에 반응하는 심리상태, 즉 굉장히 예민해지고 공격적인 상태가 된다는 것이 나에겐 흥미롭다.

이것은 마치 자기를 알아달라고 아우성치는 몸의 소리인 것 같다.

 

사랑하고 싶다!

 

4월,

화장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

“사랑하고 싶다!”

술렁대고 살랑거리는 마음의 순간을 표현하고 싶었다.

잠깐의 순간이지만 마치 꿈을 꾼 것처럼 사랑하는 상상만으로도 설레고 행복했다.

 

 

 

서태경

 

Scripting language-8

 

연속적이며 그 자체로 불완전한 것. 일관된 형태를 갖고자 하지만 뼈대가 없고 다른 형태에 기생할 수밖에 없는 반복적인 엮임.

 

 

 

 

알프레드23하르트

 

공간살구모자

 

이 모자를 쓰면 <공간 살구>를 머리에 쓰게 된다.

 

 

 

 

 

 

 

 

 

이순주

 

625 장바구니 쓰기

 

오래된  물건 파는 곳에서 이것을 발견했다.

한국전쟁 이후에 미군부대에서 폐기된 전선으로 만든 “장바구니”라 한다. 장바구니라기엔 너무 작은 이것에서 그 힘들던 시절 사람들의 삶도 느껴졌지만 누구의 아이디어였는지 누가 만들었는지 궁금할 만큼 그냥 너무 예뻤다. 머리에 써보니 딱 맞았다. 가운데엔 샤넬^^마크가 있다.

얼마 전 철거직전의 어느 고택에서 일본에서 제작되었 다는 보증서와 함께 맞춤토끼털코트를 발견했다. 625장바구니의 나이와 얼추 비슷한 것 같다.

탄생의 역사가 너무 다른 둘을 함께 묶어보았다.

 

 

 

 

이승민

 

담는 모자

 

작업실에 널려있는 종이봉투를 어떻게 처치할 것인지 머리 썼다. 머리쓰기의 재료로 쓰기로 했다. 결과물은 담는 모자, 장바구니 모자, 부채표 모자... (부제: 그 많던 빵은 누가 다 먹었을까)

고무줄이 환자의 붕대 같아 내 살색으로 칠하려고 했는데, 그러면 살색 붕대가 될 거라는 조언을 받아 들였다. 

 

 

 

 

 

 

 

이태원

 

선비의 티타임

 

모래알 하나하나 중력의 방향으로 떨어지는 시간

차 한 잔 들이키는 시간

앞만 보고 가던 남자는 그제서야 주변을 본다

가던 새 가던 새 본다

믈 아래 가던 새 본다

신세기의 고고한 여유는

찰나에 차여버린 시간 속에

녹푸르게 뒤집어졌다

 

 

 

 

최서우

 

쓰는 장판

 

PVC 경보행용 바닥재:

자취생 원룸 미터 당 구 천원 모노륨장판

원목마루 느낌을 한 결 살린 나뭇결 무늬 고급스런 착시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엘레강스한 실내 장판/바닥재로 주로 쓰이는 재질로서, 발바닥에 쩍 달라붙는 것이 모노륨 재질의 온수/전기 매트는 거실 인테리어에 주로 쓰이는 폭신폭신 끈적끈적 재질 이랍니다. 방수가 되지만 가끔 여기저기 울기 마련 입니다. 겨울에 따뜻합니다. 살고 있는 사람의 체취를 맡을 수 있는 방이 됩니다. 냄새를 머금는 능력이 있습니다. 각종 털이 달라붙습니다. 먼지가 잘 쓸리지 않습니다. 물걸레질 많이 하면 웁니다.

 

전에 살던 자취생이 원래 쓰던 장판 위에다 새 장판을 깔고 갔다. 불안하다. 먼지가 자꾸 장판 뒤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느낌이다. 이름 모를 조그만 벌레가 한두 마리씩 발견될 때 마다 장판과 장판 사이의 틈, 벽과 장판 사이의 그 틈을 의심한다. 주워온 사무용 의자의 바퀴는 훌륭하지만 무겁고 바닥이 뻑뻑하다. 몇 겹의 장판이 깔려있는지 모를 바닥은 매우 푹신하여 바퀴가 바닥에 박혀서 잘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의자를 밀어내면 동그란 네 개의 자국이 선명하다.

물걸레질을 하는데 장판이 언제부터인가 울기 시작 한다. 장판 뒤에 장판 사이가 떨어져있기 때문에 물이 뒷면과 옆면에 스며들어갔나 생각한다. 집에 편하게 있다 보면 여기저기서 털이 빠져 나뒹구는데 청소기 로도 그 털이나 먼지가 쉽게 빨려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쉽게 끈끈해져 장판에 눌어 붙는다. 전기의 어떤 종류가 장판에 묻어 밤마다 머리를 통과하는 상상을 한다.  

 

 

 

 

 

 

이안리

 

머리 조각

 

 

 

 

 

 

수정액을 꺼냈다. 기분이 좋은 재활용지 위에 떨어뜨리고서 페이지를 덮었다. 

부엉이 모양으로 데깔꼬마니가 되더니, 갈라진 땅 위에 번져나온 유령같기도 해

그 옆으로 혼자살던 도봉동 아파트가 붙어있다. 바닥에 거의 붙을 것 같은 침대위엔 

가슴에 사랑이 남아 누워있는 몸위로 북청사자놀이가 아니라, 레이저 내뿜는 양놀이

토템신이 잠을 잘자라고 한다. 그 큰 덩치 뒤로는 검은 토끼가 기차를 타고 지나간다

부리를 잃어버린 펠리칸과, 그 몸에 과즙을 베개했던 레몬 하나가 기대어있었고, 

꿈속에서 풍선 열기구를 타다가 몸이 까맣게 익어버렸어

 

세개의 껍질로 벝겨졌는데 마치 오래된 고지도같은 느낌을 주지만, 얼굴에 해당하는 부분이

너무 우습게 생겼어 강하게 쥔 발, 잠시 머리를 식히고 보면 약하게 생긴 발이 세숫대야 앞에 

서있어 버스를 기다리러 가는길에 국화꽃이 펴있어서 머리위로 기운이 삐죽하게 삐쳤네 

온몸을 받아낼만큼 큰 세숫대야는 없는지. 담긴 물이 그리워 머리속이 찌릿찌삐삐삐 둥글게 

돌다가 꽁지에서 감겨간다  저토록 슬픈 얼굴이 있을까. 

 

내가 그린 낙서지만 너무 실감난다. 오른쪽 눈알은 아주 약간 눈 밖으로 돌출되서? 아니 거의

흘러나오다 말자 생각한듯, 왼쪽눈은 후라이팬에 눌러붙은 스파게티 같기도 하다. 

감전사라도 당할 건 아닌가. 복상사 당한 남자에게 그 전날 먹었던 조개구이를 뱉어내라고.

010 7140 7572 무슨 번호 였더라. 수첩에 적혀있는 모습이 야릇하기도 하고, 왜 그 옆으로는

인위적으로 꼬인 행운목 화분. 내 입속에 톱니가 있었으면 했다. 책상에 붙은 촛농을 긁어내다가

우주로 날아가는 방이라고 쓰여진 메모에서 조기가 잘마르고 있다 파리를 피하기위한 망이겠지

어릴때 여름이면 생선을 말렸어. 식탁에서는 만두를 만들었고. 두눈이 실로 감긴 덩치큰 새 위로

땅콩이 떨어지네.땅콩만한 아주머니가 욕을 하다가 멈추고 집에 돌아갔었어. 

 

네가 뒤를 돌아보면 마치 새가 부리를 바닥으로 향하는 것 같아보일때가 있어. 그럴때를 기억하기

위해서 그려놨었지. 주사기 위에 봉우리가 세개 그 옆엔 풀숲에 숨은 키위새들.

모기처럼 얇고 가는 부리를 가진 새, 머리속엔 성냥들이 차곡차곡해. 창문뒤로 그렇게 보면서 웃고있네.

간지러워. 간지러워서 몸이 흐들흐들하네, 머리카락이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할 정도야, 내 살들이 중력에

이기지 못하면 어떡하니? 그렇게 웃기진마 힘들어. 정숙하게 앉아서 만두를 만들면 좀 참을만할거야.

접시위에 내 머리를 담아낸다고 생각을 하면서 만두를 만들어봐. 칫솔뒤에 붙어있는 세균들의 얼굴들을

걱정했었어. 너무 보일것 같아서. 만화처럼 웃고있을것 같았어. 그때 내 체온은 삼십 육점 오도야. 이빨은

왼쪽에서부터 옥수수 석류알 타이레놀 풍뎅이야. 왼쪽눈은 하얗네. 속눈썹 하나가 곱슬거려진 적 있니?

평균대를 걷는게 어려웠었어. 아주 낮았는데도 그래, 나 위로 한명의 형이 있었지. 그런데 나도 한번도 

본적이 없어. 나보다 조금 뚱뚱하지 않았을까 상상해 얼굴은 어땠을까. 성격은 어땠을까.

코트입은 사람이 잡아갔을거라고 상상했었지 어릴때. 구멍이 세개 뚤린 과자에 보이지 않게 세마리의 새가 

목이 끼었네. 이중턱 가득 땅콩을 삼켰어. 구멍이 세개 뚤린 벽돌에 검은 유토를 동글동글 경단을 빚어서 

박아넣고 그 끝에 땅콩들을 심어줬어. 가장 끝에는 실로 연결해서 껍질채 파는 땅콩을 달아놨어. 

가끔 새가 날아와서 실을 어떻게 잡고서 거꾸로 붙어서 쪼아먹는지 신기하기도 하고, 그렇게 가까이서 

새를 보는게 재밌기도 하니까 놔두기로 했지. 피리불줄 아니? 난 운전은 하지 못하지만, 만약에 차를 

운전하게 된다면 핸들이 세개쯤 달린 차를 몰고싶어. 

 

너랑 나랑 또 누군가와 같이 운전할 수 있는 차였으면 좋겠네. 침대위로 태양의 일주운동처럼 핸들을 달아놨어. 

좀 부지런해져야할 것 같아. 주전자 손잡이는 탐스러운 너구리꼬리 같기도 해. 물이 끓으면 너구리같은 소리를 내. 귀여워 너무. 음식을 준비하는 간이 바위에 석류를 하나 사다 올려놓았어. 석류를 보면 세상에 모든것들이 원자의 결합일뿐이란 생각이 들어 저렇게 버티고 있는 석류를 찢어 벗겨보면 더 실감이 나지. 

 

얼굴이 스마일맨처럼 그런데 풍선안엔 두번째 손가락이 들어있어 요긴한 부위지. 담 너머로 손을 내리고 세상을

불만과 불평에 차서 바라볼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괜찮아진 편인 것 같아. 예전처럼 노트나 수첩을 꽉 잡지도 않아. 구름들이 서로 다 형제인것 처럼 핏줄처럼 연결되있네. 그 끝에 점이 과연있을지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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