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Residency #6

장준호   Jang jun-ho

벌레잡기   Debugging

2016. 9. 1 - 10.2

Middle Party : 2016. 9.23. 6PM

1945년 9월 9일은 인류 역사상 최초의 (컴퓨터 용어)Bug가 발견된 날이다. 

미 해군 사무관인 Grace Hopper 가 이날 고장난 Harvard Mark II computer 속의 계전기 사이에서 나방을 발견했다. 그 내부 구성품들이 발생하는 열이 나방이나 파리류를 꼬이게 했다. 이 벌레들이 순환을 단축시키고 컴퓨터 오작동이 일어나게 했던 것이다. 

 

이때부터 소프트웨어 설계에서 최종 실행에 이르는 과정중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Bug,  그리고 이를 고치는 과정을 Debugging이 라고 부르고 있다. 

벌레라는 자연물이 가지는 비정형성, 예측불가능성, 더러움 등의 뉘앙스가 엔지니어의 스트레스와 감정적으로 맞아 떨어졌기 때문일 것이라 추측한다.

 

컴퓨터 언어는 서양에서 유래된 논리적 명령체계의 집합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수행과정에 벌레와 같은 실재계의 수많은 변수가 간섭한다는 점이다. 

논리 오류, 물리적 변수 등 제작 과정 곳곳에서 Bug는 항상 도사리고 있다. 

 

유클리드 기하학으로 총체적 세계를 온전히 분석하고 재현할 수 없듯, 명령체계로 구성된 논리의 그물망으로 다 담아내지 못하는 이야기는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컴퓨터가 컴퓨터 밖의 세계와 최초로 조우했던 지점이 계전기 사이의 나방이었던 것처럼, 어쩌면 예술은 의도와 실천 사이에서 발생하는 변수가 아닐까 상상해 본다. 

 

원래 Debugging은 문제를 찾고 계획한 쪽으로 방향을 바로잡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이 명령체계 틀 안에서 프로그램을 진행시키고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벌레를 “채집”하는것에 목적을 둔다. 다양한 오브제들이 공간에서 제시될 것이고 디렉터로서의 나는 참가자들에게 “ 개입 ”을 주문한다. 

 

참가자는 상정된 문제와 본인의 자율성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나는 “벌레”가 나타나길 기다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