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노트

이안리

 

나를 위해 그리기, 나와 동류에 있는 이들을 잠시 들이기, 오로지 나를 재밌게하는, 거의 나만 알아볼 수 있는 그림들로 애매하게 붙여나가는 <애매한 드로잉>전에 체류하는 동안 드물게 친구들이 보러왔었다. 그보다 가끔씩 뇌리에 꽂히는 동네 할머니들의 시선, 야채장수 아저씨의 멀멀한 목소리, 도둑고양이의 신음, Robert Wyatt의 목소리도 머물다 갔다.

성북동 북정마을에 가는 건 경기도 파주시에 사는 나에게 굳이 여행이라고 할만한 거리는 아니지만, 유학시절부터 그럴듯한 바캉스가 사라진 나에게 좀처럼 일이 풀리지 않거나,마음이 답답해지면 외곽선 A 를 타고 찾아가던 북쪽 외곽 이케아샵이나 빌뻥트 공원 등지를 할 일 없이 돌아다니고 돌아와서는 지난 한 주 어떻게 보냈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이케아에 여행 다녀왔어" 라고 하면 남의 여행 이야기 듣기 좋아하는 프랑스 놈들의 기대감에 살짝 찬물을 끼얹는 느낌이였다 해야할까...

말이 또 샜지만,성북동 북정마을은 옆으로 새어나갈 수 있는, 계속 피어나는 모세혈관같은 달동네, 몇 번을 찾아가도 갈 때 마다 교통편을 새로히 찾아가보는, 어디선가 술을 마시고 혼자 갈 곳이 없어지면 슬그머니 찾아가 따뜻한 물로 샤워도 했던. 살구는 거지를 받아준, 고마운,샤워가능한 곳이기도 하다.

떠돌이의 성지, 해피이 미스테잌! 무엇을
어떻게 전시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이제까지 이곳저곳에서 살면서 보고 느끼고 경험해버린 것들로 그리거나 만들거나, 줍거나 버려둔 것들 중에 특히 먹기 좋은 사이즈? 몇몇 혹은 다닥 다닥 개인사를 버무린 극세사, 일종의 '맛' 레시피가 되었으면 했지만.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2014년 10월 7일에 시작한 설치 2015년 2월 10일에 철수를 했다. 그 기간 동안 세 번 정도 설치 모습이 미세히 바꼈다.계속 자라나는 곁가지들을 쳐내고 싶지 않은, 내가 하고있는 이 일은 요약을 할 수 없는, 무엇이 되어도 좋은, 겨우. 거기. 어떻게든. 있어달라는 애원일 것이다.
정을 떼는 시간, 피정의 집, 대부분 시간 작업 안하고 놀았다. 어느순간 구석에서 묘하게 피어나는 자기들끼리의 소근거림 그렇게말이 생기고, 똥 똥 똥 옛구름 같은 수다들, 십년동안 모아놓은 작은 드로잉들을 전시했다.살구에서 돌아오는 길엔 하늘이 가까워 그런지 구름을 바라보는 한마리 개처럼 떠도는, 돌아온면서 별 감동도 없이 바람냄새좀 뭍히고 집으로 돌아온다.

하나도 버릴게 없는 알뜰한 마음과 드로잉, 비움은 청빈이더냐 사실 하나도 버리지않고 내버려두기,구석에서 파랗게 싹이 올라오고 있는 양파처럼 그러다 죽으면 다시 내버려두기, 작년에 얼려둔 토마토처럼 처량하게,그래서 궁상맞은,이곳 저곳이 비균등하게
자라난 사춘기 청소년처럼, 네 몸은 거짓말을 하지않고, 드로잉은 늙어가고 내버려둔다. 먼지, 잡티, 구김살도 내 드로잉의 식구들이다.

 

 

네 몸은 거짓말 하지 않는다
네 몸은 거짓말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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